언어
(language)
느낌이나 생각을 표현하거나 전달하기 위해 사용하는 음성이나 그 밖의 수단. 그러나 일반적으로 언어는 낱말들의 집합, 그리고 공동체가 이해하도록 낱말들을 결합하는 방법을 의미한다. “혀”에 해당하는 히브리어와 그리스어는 “언어”를 의미하기도 한다. (렘 5:15, 각주; 행 2:11, Int) “입술”에 해당하는 히브리어도 그와 비슷하게 사용된다.—창 11:1, 각주.
사실, 언어는 생각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생각은 음성 기관—목구멍, 혀, 입술, 이—을 도구로 사용한다. (혀 참조) 따라서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영문, 1959년판)은 이렇게 기술한다. “생각과 말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생각을 명확히 표현하려면, 여러 명칭[혹은 명사]과 그 다양한 상호 관계에 의존해야 한다. ··· 몇 가지 소소한 단서를 달 수 있기는 하나, 말이 없으면 생각도 없다는 전술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 증거는 압도적으로 많다.” (5권, 740면) 말은 인간이 정보를 받고, 저장하고, 처리하고, 전달하는 주된 수단이다.
언어의 기원 첫 인간 아담은 창조될 때 어휘뿐 아니라 새로운 낱말을 만들어서 자기의 어휘를 늘릴 수 있는 능력도 갖고 있었다. 하느님께서 주신 어휘가 없었더라면 갓 창조된 사람은 이성 없는 동물과 마찬가지로 창조주의 구두 지시를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창 1:27-30; 2:16-20. 베둘 2:12; 유 10 비교) 따라서 지상의 모든 피조물 가운데 오직 지성 있는 인간만이 진정한 언어 능력을 가지고 있었는데, 언어는 사람에게서 기원한 것이 아니라 사람을 지으신 전지하신 창조주, 여호와 하느님에게서 기원한 것이었다.—출 4:11, 12 비교.
언어의 기원에 대해서, 저명한 사전 편집자 루트비히 쾰러는 이렇게 기술하였다. “인간의 말이 어떻게 ‘존재하게 되었는가’에 관하여, 특히 이전 시대에는 구구한 추측이 있었다. 저술가들은 ‘동물의 언어’를 조사하려고 힘썼다. 동물들도 낱낱의 소리와 연속적인 소리로 자기들의 느낌과 감정, 이를테면 만족감, 두려움, 감동, 위협, 분노, 성적 욕구와 그 욕구를 채웠을 때의 흡족감 따위를 들을 수 있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물들이] 이런 표현들을 아무리 다양하게 한다 하더라도, ··· 그것에는 인간 언어의 핵심적 영역인 개념과 생각이 결여되어 있다.” 사람들이 어떻게 인간 언어의 생리학적인 부면을 탐구할 수 있는지를 보여 주고 나서, 그는 이렇게 덧붙인다. “그러나 말하는 과정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각(知覺)이라는 불꽃이 어떻게 어린이나 일반 사람들의 정신에 불을 붙여 입 밖으로 말이 나오게 하는지에 대해서 우리는 아직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인간의 언어는 신비이다. 그것은 하느님의 선물이고 기적이다.”—「셈어 연구지」(Journal of Semitic Studies), 맨체스터, 1956년, 11면.
언어는 사람이 우주 무대에 등장하기 이전에도 헤아릴 수 없이 오랜 세월 동안 사용되었다. 여호와 하느님께서는 하늘에 있는 맏아들과 의사소통을 하셨으며 자신의 다른 영자(靈子)들과 의사소통을 하실 때 아마도 그를 사용하셨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그 맏아들은 “말씀”으로 불렸다. (요 1:1; 골 1:15, 16; 계 3:14) 사도 바울은 영감을 받아 “사람의 언어와 천사의 언어”에 관하여 언급하였다. (고첫 13:1) 여호와 하느님께서는 천사 피조물들에게 그들의 ‘언어’로 말씀하시며 그들은 ‘그 말씀을 실행한다.’ (시 103:20) 하느님과 영자들은 대기(인간의 말에 필요한 음파와 진동을 가능하게 함)에 의존해 있지 않으므로, 천사의 언어는 분명히 인간의 개념이나 이해를 초월한다. 그러므로 천사들은 하느님의 사자로서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데 인간의 언어를 사용하였으며, 천사들이 전해 준 소식은 히브리어(창 22:15-18), 아람어(단 7:23-27), 그리스어(계 11:15)로 기록되어 있는데, 여기 언급된 구절들의 본문은 각각 이 언어들로 기록되어 있다.
언어의 다양성—그 원인은 무엇인가?
국제 연합 교육 과학 문화 기구(유네스코)에 의하면, 오늘날 지구 전역에서 사용되고 있는 언어는 약 6000종에 이른다고 한다. 그중에는 수억 명의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가 있는가 하면, 천 명도 채 안 되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도 있다. 표현되고 전달되는 개념은 기본적으로 동일할 수 있지만, 그 개념을 표현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인간의 의사 전달 방법과 관련된 이 불가사의한 다양성의 기원을 설명해 주는 것은 오직 성서의 역사뿐이다.
세계적인 대홍수 이후의 어느 시점까지는, 온 인류가 “계속 한 언어[문자적 의미는 “입술”]로 같은 낱말들을 쓰고 있었다.” (창 11:1) 성서는, 후에 히브리어라고 일컬어진 언어가 원래의 그 “한 언어”였음을 시사해 준다. (히브리어 참조) 뒤에서 살펴보겠지만, 이것은 다른 모든 언어가 히브리어에서 유래했고 히브리어와 관련이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히브리어가 다른 모든 언어가 있기 전에 있었다는 의미이다.
창세기의 기록은 대홍수 후 인간 가족의 일부가 노아와 그의 아들들에게 천명된 하느님의 뜻에 반대하는 계획을 위해 결속했음을 알려 준다. (창 9:1) 그들은 널리 퍼져 나가 ‘땅을 가득 채우’는 대신, 인간 사회의 중앙 집권화를 꾀하여 메소포타미아의 시날 평야로 알려지게 된 한 장소에 집결해서 거주하려고 작정하였다. 이곳은 또한 하나의 종교적 탑을 가진 종교적 중심지가 되게 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창 11:2-4.
전능하신 하느님께서 그들의 결속된 행동을 중지시키시자 그들의 주제넘은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는데, 이렇게 된 것은 하느님께서 그들의 공통어를 혼란시키셨기 때문이었다. 그로 말미암아 그들은 건축 공사에서 어떤 공동 작업도 할 수 없었고 지상 전역으로 흩어지게 되었다. 그들의 언어를 혼란시킨 것은 또한 장차 그릇된 방향, 하느님을 무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을 막거나 늦추는 역할을 할 것이었다. 왜냐하면 그로 말미암아 야심적인 계획에 지적·신체적 힘을 결집할 인류의 능력이 제약을 받게 될 것이며, 또한 형성된 다른 언어 집단들의 축적된 지식—하느님에게서 나온 것이 아니라 인간의 경험과 연구를 통해서 얻은 지식—을 이용하는 것도 어렵게 될 것이었기 때문이다. (전 7:29; 신 32:5 비교) 따라서 인간 언어의 혼란은 인간 사회를 분열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기는 했지만, 실제로는 위험하고 해로운 목표를 달성하는 속도를 늦추게 하여 인간 사회를 이롭게 하였다. (창 11:5-9. 사 8:9, 10 비교) 인간이 축적된 세속 지식을 오용함으로 말미암아 우리 시대에 초래된 결과를 고려해 보기만 해도, 바벨에서 있었던 시도를 저지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했더라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 것인지를 하느님께서는 오래전에 예견하셨음을 깨달을 수 있다.
여러 언어를 비교 연구하는 학문인 비교 언어학은 일반적으로 언어를 각기 다른 여러 “어족”으로 분류한다. 각 주요 어족의 “조상” 언어는 보통 확인되어 있지 않으며, 현재 사용되고 있는 수천 가지 언어가 모두 어떤 하나의 “조상” 언어로부터 유래하였음을 지적하는 증거는 훨씬 더 빈약한 편이다. 성서 기록은 모든 언어가 히브리어에서 파생되었다고, 갈라져 나왔다고 알려 주지 않는다. 흔히 민족들의 명단이라고 불리는 기록에는(창 10장), 노아의 아들들(셈, 함, 야벳)의 자손이 열거되어 있는데, 이들은 각각 ‘그들의 가족에 따라, 그들의 언어에 따라, 그들의 땅에서, 그들의 나라별로’ 분류되어 있다. (창 10:5, 20, 31, 32) 그러므로 여호와 하느님께서는 기적으로 인간의 언어를 혼란시키셨을 때 히브리어의 여러 방언을 만드신 것이 아니라, 제각기 인간의 느낌과 생각을 온전히 표현할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다수의 언어를 만드신 것으로 보인다.
그리하여 하느님께서 바벨에서 건축자들의 언어를 혼란시키신 후에 그들은 “같은 낱말”(창 11:1) 곧 하나의 공통 어휘를 상실했을 뿐만 아니라, 공통 문법 곧 낱말과 낱말 사이의 관계를 표현하는 공통적인 방법도 상실하게 되었다. S. R. 드라이버 교수는 이렇게 기술하였다. “그러나 언어는 문법과 어근에서뿐만 아니라 ··· 개념을 하나의 문장으로 구체화하는 방법에서도 다르다. 인종이 다르면 생각하는 것도 다르며, 따라서 언어가 다를 경우 문장 형태도 다르다.” (「성서 사전」 A Dictionary of the Bible, J. 헤이스팅스 편, 1905년, 4권, 791면) 그러므로 언어가 다르면 아주 다른 사고의 틀이 필요하게 되며, 이것은 초심자가 ‘그 언어로 생각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고첫 14:10, 11 비교)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생소한 언어로 표현된 말이나 글을 직역하면 비논리적으로 보일 수도 있고, 종종 “그런데 무슨 말인지 통 모르겠군!” 따위의 반응을 나타내게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여호와 하느님께서는 바벨에서 사람들의 언어를 혼란시키실 때 먼저 그들의 이전 공통어에 대한 기억을 모두 지워 버리시고 나서, 그들의 정신에 새로운 어휘만이 아니라 변화된 사고의 틀을 넣어 주시어 새로운 문법을 만들어 내게 하신 것으로 보인다.—사 33:19; 겔 3:4-6 비교.
예를 들어, 일부 언어들은 중국어처럼 단음절 언어(낱말들이 단 하나의 음절로 이루어져 있는 언어)이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다른 여러 언어들의 어휘는 주로 교착에 의해 형성된다. 다시 말해서, 낱말들을 나란히 붙임으로써 어휘를 형성하는데, 예로서 Hausfriedensbruch[하우스프리덴스브루흐]라는 독일어를 들 수 있다. 이 말의 문자적 의미는 “집 평화 파괴”인데, 이해하기 쉬운 말로 표현하자면 “주거 침입”을 의미한다. 구문법, 즉 문장에서의 낱말의 배열이 매우 중요한 언어가 있는가 하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언어도 있다. 따라서 활용형(동사의 변화형)이 많은 언어도 있고, 중국어처럼 활용형이 전혀 없는 언어도 있다. 차이점을 열거하자면 한이 없는데, 각각의 차이에 따라 생각의 틀을 조정하는 일이 필요하며, 그렇게 하는 데는 종종 큰 노력이 수반된다.
하느님께서 바벨에서 취하신 조처로 말미암아 처음으로 생겨난 언어들은 세월이 흐르면서 관련된 방언들을 산출했고, 그 방언들은 흔히 별개의 언어로 발전하여 “자매” 방언들과의 관계 혹은 “조상” 언어와의 관계를 때때로 거의 분간할 수 없게 된 것으로 보인다. 바벨에 모인 무리 가운데 끼여 있지 않았을 것으로 여겨지는 셈의 자손들마저도 히브리어만이 아니라 아람어, 아카드어, 아랍어를 사용하게 되었다. 역사적으로, 언어의 변화에 기여한 요인이 여럿 있는데, 이를테면 거리나 지리적 장벽으로 인한 격리 상태, 전쟁과 정복, 교류의 단절,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이주 등이다. 이러한 요인들 때문에 고대의 주요 언어들은 조각조각 나뉘어졌는데, 그중에는 다른 언어들과 부분적으로 융합된 언어가 있는가 하면, 완전히 사라진 언어도 있고, 침공한 정복자들의 언어로 대체된 언어도 있다.
언어 연구를 통해서, 전술한 정보와 일치한 증거가 제시되고 있다. 「신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영문)은 이렇게 알려 준다. “글로 기록된 가장 오래된 기록들, 즉 사람이 입수하기를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언어학상의 화석들은 고작해야 대략 4000년이나 5000년 전의 것일 뿐이다.” (1985년, 22권, 567면) 1948년 7월호 「과학 도해」(Science Illustrated, 63면)지에 실린 한 기사에서는 이렇게 지적한다. “오늘날 알려져 있는 언어들의 옛 형태는 그것들에서 파생된 현대 언어들보다 훨씬 더 어려웠다. ··· 사람은 처음에 단순한 말을 사용하다가 점차 더 복잡한 말을 사용하게 된 것이 아니라, 기록되지 않은 과거의 어느 때엔가 엄청나게 까다로운 말을 보유하게 되었다가 점차 현대 형태로 단순화된 것으로 보인다.” 언어학자인 메이슨 박사도 이렇게 지적한다. “‘미개인’은 으르렁대는 듯한 일련의 소리로 말할 뿐, 많은 ‘문명화된’ 개념은 표현할 수 없다는 생각은 실로 잘못된 생각이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인다. “문자가 없는 민족들의 언어 가운데 많은 언어는 현대의 유럽 언어들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사이언스 뉴스 레터」, 1955년 9월 3일, 148면) 따라서 증거는 말 혹은 고대 언어의 기원에 관한 진화론적 견해와 상치된다.
고대 언어들이 널리 퍼져 나가게 된 시발점과 관련하여, 오리엔트 언어학자 헨리 롤린슨 경은 이렇게 논평하였다. “성경 기록을 전혀 참조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단지 언어학상의 여러 경로의 교차점만을 근거로 보더라도, 우리는 여전히 여러 갈래로 퍼져 나가게 된 시발점이 시날 평야라는 결론을 내리지 않을 수 없다.”—「영국·아일랜드 왕립 아시아 학회지」(The Journal of the Royal Asiatic Society of Great Britain and Ireland), 런던, 1855년, 15권, 232면.
현대 언어학자들이 열거한 주요 “어족” 가운데는 인도·유럽 어족, 시노티베트 어족, 아프리카·아시아 어족, 일본어와 한국어, 드라비다 어족, 말레이·폴리네시아 어족, 아프리카 흑인 어족이 있다. 현재까지도 분류할 수 없는 언어들이 많이 있다. 각각의 주요 어족 내에는 많은 갈래, 곧 하위 어족들이 있다. 예로서, 인도·유럽 어족에는 게르만 어파, 로맨스 어파(이탤릭 어파), 발트·슬라브 어파, 인도·이란 어파, 그리스 어파, 켈트 어파, 알바니아 어파, 아르메니아 어파가 포함된다. 또한 이 하위 어족들은 대부분 여러 개의 언어로 구성되어 있다. 예를 들어, 로맨스어에는 프랑스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이탈리아어, 루마니아어가 포함된다.
아브라함 이후 히브리인 아브라함은 가나안의 함족 사람들과 아무 어려움 없이 대화를 나누었던 것으로 보인다. (창 14:21-24; 20:1-16; 21:22-34) 통역을 사용했다는 언급이 전혀 없다. 마찬가지로 아브라함이 이집트에 갔을 때에도 통역을 사용했다는 언급이 없다. (창 12:14-19) 그는 칼데아 사람들의 우르에서 살았던 적이 있기 때문에(창 11:31), 아마도 아카드어(아시리아·바빌로니아어)를 알고 있었을 것이다. 아카드어는 한동안 국제어였다. 시리아와 아라비아의 셈 계통 민족들과 비교적 가까이에서 생활한 가나안 사람들은 두 가지 언어를 어느 정도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알파벳은 알파벳의 기원이 셈 어족이라는 사실에 대한 명백한 증거를 제시하는데, 그 사실 역시 다른 언어 군에 속한 사람들, 특히 통치자들과 관리들이 셈 어족의 언어들을 사용하도록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가나안, 가나안 사람 2번 (언어); 기록 참조.
야곱도 때때로 서로 용어에 차이가 있었지만(창 31:46, 47) 아람의 친척들과 수월하게 대화했던 것으로 보인다.—창 29:1-14.
요셉은 보디발의 종으로 있는 동안 이집트어를 배웠을 것으로 여겨지는데, 이집트에 도착한 자신의 히브리인 형제들과 첫 대화를 나눌 때 통역을 사용하였다. (창 39:1; 42:6, 23) 파라오의 궁정에서 양육받은 모세는 여러 가지 언어를 알았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테면 히브리어와 이집트어는 물론이고 필시 아카드어도 알았을 것이며, 어쩌면 다른 언어들도 알았을 것이다.—출 2:10. 출 2:15-22 비교.
세월이 흘러 아람어가 국제 공통어 곧 국제어로서 아카드어를 대체하여 이집트와 통신하는 데도 사용되었다. 그러나 아시리아 왕 산헤립이 유다를 공격할 당시(기원전 732년)에, 유다의 관리들은 아람어(고대 시리아어)를 이해했지만 대다수의 유대인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왕둘 18:26, 27) 또한 마침내 기원전 607년에 예루살렘을 정복한, 셈족에 속한 바빌로니아인들의 칼데아어도 유대인들에게는 “입술로 말을 더듬는” 것처럼 들렸다. (사 28:11; 단 1:4. 신 28:49 비교) 바빌론과 페르시아 그리고 그 밖의 세계 강국들은 거대한 제국을 건설하고 여러 언어권의 사람들을 지배하게 되었는데도, 분열을 일으키는 언어의 차이라는 장벽을 제거하지는 못하였다.—단 3:4, 7; 더 1:22.
느헤미야는 유배에서 돌아온 유대인들 가운데서 다른 민족과의 결혼을 통해 태어난 아들들이 “유대 말”(히브리어)을 모르는 것을 알게 되자 큰 우려를 나타냈다. (느 13:23-25) 느헤미야가 우려하였던 것은 참 숭배 때문이었다. 그는 성경(그때까지만 해도 히브리어 성경만 있었음)을 읽고 논할 때 성경을 이해하는 것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느 13:26, 27; 8:1-3, 8, 9 비교) 또한 언어의 단일성은 그 자체가 민족을 통합시키는 힘이 될 것이었다. 히브리어 성경은 틀림없이 히브리어의 안정성에 기여한 한 가지 주된 요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히브리어 성경이 기록된 천 년의 세월 동안, 히브리어가 사실상 조금도 변하지 않은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예수께서 지상에 계실 무렵 팔레스타인은 상당한 범위로 다언어 사용 지역, 즉 여러 개 국어가 쓰이는 지역을 형성하고 있었다. 유대인들이 여전히 히브리어를 사용하고 있었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기는 하지만, 아람어와 코이네 역시 사용되고 있었다. 라틴어도 그 땅을 다스린 로마 통치자들의 공식 비문들에 나오는데(요 19:20), 라틴어는 틀림없이 그 지역에 주둔한 로마 군인들에 의해 사용되었을 것이다. 예수께서 일반적으로 사용하신 언어와 관련해서는, 아람어 항목을 참조할 수 있다. 또한 히브리어 항목도 참조할 수 있다.
기원 33년 오순절 날에 성령이 예루살렘에 있던 그리스도인 제자들에게 부어지자, 그들은 이전에 배우거나 익힌 적이 없는 많은 언어들로 갑자기 말하기 시작하였다. 여호와 하느님께서는 사람들의 정신 속에 다른 어휘와 다른 문법을 넣어 주실 수 있는 기적의 능력을 가지고 계심을 바벨에서 실증하신 바 있으셨다. 오순절에 그분은 또다시 그와 같은 일을 행하셨는데, 이번에는 큰 차이점이 있었다. 그리스도인들은 갑자기 새로운 언어를 말할 수 있는 능력을 받게 되었으면서도 자기들의 원래 언어인 히브리어를 잊지 않았던 것이다. 하느님의 영은 이번에는 아주 다른 목적을 달성하였는데, 언어를 혼란시켜 사람들을 흩어지게 한 것이 아니라 정직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을 계몽하고 굳게 결합시켜 그리스도인 연합을 이룬 것이다. (행 2:1-21, 37-42) 그때 이후로 하느님의 계약 백성은 여러 언어를 사용하는 백성으로 구성되었지만 언어의 차이가 초래한 장벽은 극복되었다. 그들의 생각이 진리라는 공통어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그들은 일치되게 여호와를 찬양하였고 그리스도 예수를 통해 이루어질 하느님의 의로운 목적에 관해서 일치되게 말하였다. 그리하여 스바냐 3:9에 나오는 약속은 여호와 하느님께서 ‘뭇 백성들에게 순결한 언어로 바꾸어 주시는 일을 해서, 그들이 다 여호와의 이름을 부르고 어깨를 나란히 하여 하느님을 섬기게 하’심에 따라 성취되었다. (사 66:18; 슥 8:23; 계 7:4, 9, 10 비교) 이렇게 되려면 그들 “모두 일치되게 말하고”, “같은 정신과 같은 방향의 생각으로 일치 연합”해야 하였다.—고첫 1:10.
그리스도인 회중이 사용한 언어가 “순결한” 언어였던 이유는, 그 언어에는 악의적인 반감, 화냄, 격분을 표현하는 말, 소리치는 것, 그리고 그와 유사한 욕설이 없을 뿐만 아니라 속이는 말, 외설스러운 말, 썩은 말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였다. (엡 4:29, 31; 베첫 3:10) 그리스도인들은 언어를 최상의 용도로 사용하여, 창조주를 찬양하고 건전하고 진실한 말로, 특히 하느님의 왕국에 관한 좋은 소식으로 이웃을 세워 주어야 하였다. (마 24:14; 딛 2:7, 8; 히 13:15. 시 51:15; 109:30 비교) 하느님께서 세상의 모든 나라에게 자신의 판결을 집행하실 때가 가까워짐에 따라, 여호와께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순결한 언어를 말할 수 있게 하실 것이다.
성서는 히브리어로 기록되기 시작하였으며, 일부는 후에 아람어로 기록되었다. 그 후 기원 1세기에 (마태가 처음에는 자신의 복음서를 히브리어로 기록하기는 하였지만) 성경의 나머지 부분이 코이네 곧 그리스 공통어로 기록되었다. 그 무렵에는 이미 히브리어 성경을 그리스어로 옮긴 번역판도 만들어져 있었다. 「칠십인역」이라고 불리는 그 번역판은 영감받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리스도인 성서 필자들에 의해서 많은 인용문에 사용되었다. (영감 참조) 또한 그리스도인 그리스어 성경이, 그리고 결국에는 성서 전체가 다른 언어들로 번역되었는데, 초기에 번역된 언어들 가운데는 라틴어, 시리아어, 에티오피아어, 아랍어, 페르시아어가 있다. 현재에는 전역 혹은 부분역 성서를 3000개가 훨씬 넘는 언어로 구입할 수 있다. 이것은 좋은 소식을 선포하는 일을 촉진하였으며, 그리하여 여러 나라 사람들을 인간의 창조주에 대한 순결한 숭배로 연합시키기 위하여 언어의 분열이라는 장벽을 극복하는 데 기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