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이 배우는 “신수학”이란 무엇인가?
“신수학”을 보고 어리둥절하게 느끼는 부모들이 많이 있다. 특히 1 + 1 = 10 또는 8 + 6 = 2라고 써서 100점을 맞는 것을 보면 어리둥절할 수 밖게 없다. 어느 어머니가 5학년 다니는 아이의 숙제를 보고 “내 실력으로는 못하겠다!” 하고 외친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자기가 배운 내용과는 전혀 다른 수학을 자녀들이 배우는 것을 보고 당황한 부모들은 미국에서 한 두명이 아니다. 염려를 하던 한 아버지는 이렇게 말하였다. “옛날에는 아이들이 숙제를 받아가지고 집에 오면, 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살펴보고 정정해 주거나 격려를 해 줄 수 있었읍니다. 그러나 지금은 숙제라는 것이 어찌나 복잡한지 아이들도 부모들도 영문을 모를 지경입니다.”
선생들까지도 재교육을 받아야 할 입장이다. 그리고 부모들을 위하여 “신수학” 야간 강습을 실시하는 지역도 있다. 그러나 부모들이 모두 야간 강습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2년간의 대학 교육을 받은 한 어머니는 수강을 거절하였다. “이 나이에 2학년짜리 문제도 모른다고 생각할 때 그 기분이 어떠한지 아십니까?” 하고 그 여자는 질문하였다. 다른 한 부모는 이렇게 불평하였다. “이것 때문에 나와 우리 애들과의 사이가 나빠지게 됩니다. 아이들은 나를 바보로 생각합니다!”
“신수학”이란 무엇인가? 왜 그런 수학을 가르치는가? 그것은 참으로 옛날의 수학 교수법보다 더 좋은가?
“신수학”을 하는 이유
일반 사람들은 수학은 변동이 없는 학과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절대로 그렇지 않다. 과거 역사 전체 기간에 보다도 지난 60년 동안에 “신수학”이 더 많이 나왔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수학교과 과정의 근본 내용은 지난 300년 동안에 변한 것이 별로 없다. 수년 전에는 17세기의 선생이 수학 시간에 들어오더라도 아무런 어려움 없이 강의를 시작할 수 있었다고 한 권위자는 말하였다. 그러나 역사, 과학, 언어학 등에 있어서는 그렇게 할 수가 없다. 그러한 과목의 내용이 심히 변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교육자들은 오래 전부터 시대에 맞는 수학교과 과정의 필요성을 느껴왔던 것이다.
미국에서 교과 내용의 변경이 대중의 지지를 받기는 1957년 소련이 ‘스푸트니크’를 성공적으로 쏘아올렸을 때부터였다. 그러한 깜짝 놀랄 만한 우주 과학의 발달을 보고 더 훌륭한 과학자들이 더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긴급하게 느끼게 되었다. 그런데 과학은 수학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에 더 나은 수학 교육의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상급 학교에서는 전에도 어느 정도 수학 교육의 개혁이 있었다. 이제 이것이 자극을 받아 아래로 내려와 국민 학교에까지 이른 것이다.
“신수학” 교육의 목적은 아이들에게 수(數)의 구조와 수의 상호 관계를 확실히 이해시키는데 있다. 학생들을 기수법(記數法)의 형태와 수에 관한 법칙을 이해하도록 돕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단순히 법칙을 적어놓고 응용 방법을 연습하는 것만 강조하는 대신, “신수학”에서는 그 법칙의 근본으로 들어가서 그러한 법칙들이 확실함을 보여 준다.
“신수학”에서는 또한 아이들에게 일찍부터 고등한 수학 개념을 제시해 준다. 그리고 대수, 기하 등 여러 가지 수학분야를 별개의 과목으로 다루는 대신 그들의 상호 관계를 알려 준다.
“신수학”을 요리 강습에 비교한다면, 이미 짜여진 요리법에 따라서 연습하는 것만이 아니라, 학생으로 하여금 여러 가지 재료의 성질, 다른 재료와 섞었을 때의 결과 등을 이해하도록 돕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학생은 어느 특정한 요리를 만드는 방법을 알 뿐 아니라, 만들어 놓았을 때에 왜 그러한 결과가 나왔는가를 역시 배우게 된다. 그리하여 학생은 요리에 대한 전반적인 양상을 더 잘 알게 되고 더 훌륭한 요리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마찬가지로, 어린 수학도(數學徒)들에게 법칙의 이유를 이해하도록 해 주고 고등한 개념을 일찌기 이해시킴으로써 더 고등한 수학에 접하여 문제를 풀고 과정을 연구할 때 더 유능하게 할 것을 바라는 것이다.
수자를 결합하는 방법
“신수학”이라고 교과 내용이 다 같은 것은 아니다. 학교에 따라서 상당히 다를 수도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수자를 기록할 때에 왜 현재와 같이 표기하는가를 아이들에게 가르치려고 한다. 현재의 수체계(數體系)는 대단히 간단한 것같이 보일지 모르지만 사실인즉 여러 세기에 걸쳐서 교묘하게 발전해 온 결과이다.
예를 들어서, 현재의 기수법에 익숙지 않은 사람에게 155에서 5를 빼면 얼마가 남겠느냐고 질문한다면, 그는 아마 15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것을 보고 놀라거나 그 사람을 무식하다고 해서는 안된다. 생각해 보라. 155에서 5를 빼면 정말로 15가 남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가?
당신은 대답이 150이어야 한다고 말하는가? 그러나 0은 어디서 나왔는가? 5중의 하나를 0으로 고치는 이유는 무엇인가? 15라는 수가 참으로 정답이 될 수 있는가? “신수학”에서는 그러한 기본적인 질문에 대답하여 아이들에게 참으로 이해하도록 하고, 단순히 법칙에 따라서 답만 말하지 않도록 한다.
만일 고대 ‘이집트’ 사람을 데려온다면 그 사람은 아마 위의 문제에서 15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리고 그는 틀림없이 그 대답이 정확하다고 고집할 것이다. 당신은 그 이유를 아는가? 그 이유는 ‘이집트’ 사람들이나 기타 고대인들은 현재와 다른 기수법을 사용하였기 때문이다. 그 때에는 연속으로 기재되어 있는 일련의 수자(즉, 수를 나타내는 기호)에서 한개의 수자를 제하면 그 답은 남아 있는 수자들의 합계와 같았던 것이다. 그 총계는 수자가 있는 자리 순서에 관계가 없었다. 수자들은 자리가 어디이든지 간에 자기들의 고유한 값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은 다르지 않는가? 155는 551과 다르다. 5가 자리에 따라서 다른 값을 가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오늘날은 고대 ‘이집트’, ‘그리스’ 및 기타 여러 나라 사람들과 다른 기수법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그것은 오래 전에 창안된 기수법으로서 곧 수자가 그들의 자리에 따라서 다른 값을 가지는 기수법이다. “신수학”에서는 아이들에게 “자리 값”이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이해시키려고 한다.
십진법 체계
오늘날은 전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십진법(十進法)을 사용한다. 그것은 0, 1, 2, 3, 4, 5, 6, 7, 8, 9라는 10개의 수자를 사용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에서 각 자리는 그것의 오른쪽자리보다 10배의 값을 가진다. 첫째 자리의 수는 그 자신과 동일한 값을 나타낸다. 그러므로 5라는 수자는 5라는 값을 나타낸다. 그러나 5가 첫째 자리에서 왼쪽으로 한자리 옮겨 가면 그것은 5십을 나타내고, 왼쪽으로 두 자리 옮겨가면 5백을 나타내고, 왼쪽으로 세 자리 옮겨가면 5천을 나타내고, 계속 그 비율로 간다.
“신수학” 과정에서는 아이들에게 자리에 따른 수의 값의 차이를 알려 주려고 노력한다. 그러므로 학생들에게 다음과 같이 더하기를 하도록 가르치기도 한다.
5,555 = 5,000 + 500 + 50 + 5
2,222 = 2,000 + 200 + 20 + 2
7,000 + 700 + 70 + 7 = 7,777
그리고 뺄셈은 다음과 같이 한다.
346 = 300 + 40 + 6 = 300 + 30 + 16
239 = 200 + 30 + 9 = 200 + 30 + 9
100 + 00 + 7 = 107
여러 가지 수 체계
십진법은 십을 기초로 한 기수법이다. 그러나 다른 진법도 있을 수 있다. ‘바빌로니아’인들은 복잡한 60진법을 사용하였고, ‘유카탄’의 ‘마야’인들은 20진법을 사용하였다. 오늘날 전자 계산기에서는 2진법을 사용한다. 새로운 수학 과정에서는 아이들에게 여러 가지 진법에 익숙하게 한다. 이렇게 하는 목적은 우리가 사용하는 10진법을 더 잘 이해하고 산술 전체를 더 잘 이해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그 중에서도 5진법은 가장 쉬워서 4학년이나 5학년 학생에게도 가르칠 수 있다. 이 진법에서는 0, 1, 2, 3, 4라는 수자만을 사용하며, 각 자리는 그의 오른쪽 자리보다 5배의 값을 가진다. 그러므로 324라는 수를 생각한다면, 첫째수는 그 자신의 값 즉 4를 나타내고 둘째수는 십진법에서와 같이 2십이 아니라 2오(5)를 나타내며, 세째수는 3백을 나타내지 않고 3이십오를 나타낸다. 그러므로 5진법에서의 324는 십진법으로는 89가 되는 것이다.
어느 진법에서나 이와 동일한 법칙을 따르게 된다. 그러므로 6진법에서는 각 자리가 그의 오른쪽 자리보다 6배되는 값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8진법에서는 각 자리가 그의 오른쪽 자리보다 8배되는 값을 가진다. 아래와 같은 여러 가지 진법에서 324라는 수가 지니는 값을 10진법으로 나타낸 법과 비교해 보라.
5진법에서의 324 = 75 + 10 + 4 즉 89
6진법에서의 324 = 108 + 12 + 4 즉 124
8진법에서의 324 = 192 + 16 + 4 즉 212
어린이들이 1 + 1 = 10이라고 썼을 때에 100점을 맞는 이유를 알겠는가? 2진법에서의 1 + 1의 결과가 10이다. 그 이유는 0은 아무 값도 없으며, 0보다 한 자리 왼쪽에 있는 1은 10진법에서와 같이 10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2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2진법에서는 0과 1 두개의 수자만을 사용한다. 그리고 각 자리는 그의 오른 쪽에 있는 자리보다 2배의 값을 가진다. 그러므로 2진법의 111는 10진법의 7과 같은 이유를 당신은 이해하는가? 그리고 1111이 15와 같은 이유는 무엇인가? 2진법으로 1010은 10진법으로는 얼마인지 계산할 수 있는가?
“그러나 8 + 6 = 2라고 하는 것은 왠 일인가? 그러한 답을 섰는데 왜 맞다고 할 수 있는가?” 하고 독자들은 말할 것이다. ‘모듈러’ 12법 수체계에서는 그 답이 맞는다.
‘모듈러’ 산술은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사건을 다루는 산술이다. 시계 바늘이 하루 중에 시간을 나타내는 수자를 지나가는 일은 수 백만 가정에서 하루에 두번씩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다. 5학년이나 6학년 정도에서 가르치는 전형적인 “신수학” 문제 한 가지는, “지금 8시라면, 6시간 지나면 몇 시이겠는가?” 하는 것이다. 오전 오후를 생각지 않는다면 그 대답은 2시이다. 그러므로 8 + 6 = 2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신수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은 후에 접하게 될 훨씬 더 복잡한 개념을 소개받는다. ‘모듈러’ 산술은 발전기나 ‘가솔린 엔진’의 움직임을 수학적으로 기술할 때에 사용된다. 이러한 수학을 습득하는 것이 어떤 사람들의 업무에는 필수적이다.
집합 개념
“신수학”의 과정 내에는 집합 개념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 개념을 각 학년에서 다 가르치고 있다. 그것은 대단히 광범한 개념이기 때문에 수학자들의 전문적인 저술에도 그 개념이 들어 있고, 어린이들에게 산술 원리를 가르치는 데도 사용될 수 있다.
가령, 유치원 아이들에게 3마리의 새, 2개의 풍선, 3개의 사과, 2명의 소년, 3대의 자전거, 4개의 과자 등으로 된 집합들의 그림을 보여주고 나서, 3개의 물건으로 되어 있는 집합에 동그라미를 그리하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방법으로 아이들에게 수의 개념을 이러한 집합들의 공통된 성질로서 습득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아이들은 수자로 표현된 수의 개념을 파악할 수 있는 단계에까지 나아가게 된다.
아이들로 하여금 집합들 사이의 작용법에 익숙하게 함으로써 산술, 대수 및 기하에 공통되는 요소를 배우게 한다. 이렇게 하여 후에 좀 더 전문적인 수학을 다룰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신수학”에 대한 평가
“신수학” 교육을 열렬히 환영하는 교육자들이 많다. 그들은 학생들이 훨씬 더 빨리 배운다고 생각한다. 국민 학교 신 교과 내용을 편찬한 ‘데이빗 에이. 페이지’ 교수는 이렇게 주장하였다. “나는 지금 수학의 함수에 관하여 국민 학교 3, 4학년에게 한시간 동안 가르칠 때 과거에 내가 흔히 대학 1학년생에게 2주일 동안 가르친 것보다 더 많이 가르칠 수 있다.”
그러나 “신수학”에 대하여 모두가 다 이렇게 열의를 보이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당황한 부모들만 불평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선생들도 어리둥절하고 있다. ‘로버트 위르츠’는 미국의 국민 학교 100여 곳을 방문한 다음, “선생들은 당황하고 있다. 그들은 신수학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것을 가르쳐야 하는 이유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수학자들 간에도 역시 만족하게 생각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그 중에는 새로운 교과 과정을 편성한 학자들도 들어 있다. 그 사람들은 어떤 교과내용이 너무 기교적이고 너무 추상적이어서, 일상생활의 응용면을 충분히 강조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 개혁의 선구자 중 한 사람인 ‘막스 비버만’은 현대의 수학이 ‘수 계산을 할 줄 모르는 세대를 길러내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피력하였다.
그러므로 “신수학”에도 그 나름의 약점이 있다. 아마 소련의 우주 과학을 따라가려는 급한 생각에서 교육상 필요한 다른 점들을 소홀히 하고, 여러 가지 수학 분야를 학생들의 교과 과정 내에 포함시켰을 것이다. 새로운 교과 과정 내용을 충분히 이해해서 잘 가르칠 만한 선생이 부족하다는 점도 약점의 한 가지이다. 그리고 과소 평가할 수 없는 점으로 “신수학” 때문에 많은 가정에 세대 격차가 생기게 되고 부모와 자녀 사이가 멀어지게 되었다는 점이 있다. 그러므로 이전의 수학 교과 내용에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현재와 같은 대대적인 변경이 최선의 방법인가에 대하여는 의문시되고 있다.